■ 논평
편집인의 글-2006년 7월호
편집인의 글
유난히 대형 사건사고가 많았던 한 달이었습니다.
철도의 낙후성이야 익히 들어왔지만 기차 사고로 천여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분명 충격이었습니다. 게다가 기름을 아끼려고 시동을 끄고 언덕길을 내려오다 승객 77명 중에 7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회령 버스 사고도 참담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인재임에 분명한데, 단순한 부주의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기보다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열악한 교통체계 때문이어서 안타깝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가 발칵 했다면, 북한은 한 달 전부터 전국 전 인민이 농촌 총동원령으로 발칵 뒤집히다시피 했습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농촌 총동원령인데도 모든 생업을 다 멈추고 무조건 농촌에 지원 나가야 하는 주민들로선 피하고만 싶은 고난의 계절입니다.
북한 사회의 소식을 전할 때 고민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해주는 그런 기쁘고 좋은 소식이 없을까. 그랬더니 누군가 “하루 한 끼니도 안 굶었다는 게 좋은 소식”이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믿음이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다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 분명 좋은 소식들이 더 많아질 거라는 것을요. 왜냐면 우리의 북녘 동포들은 지금 희망을 찾고자 몸부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 지난 6월 동안 웹메일로 발행되었던 것을 이번 7월호로 묶었습니다.
여성들의 생계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2006년 7월호
여성들의 생계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
그동안 북한은 마을 길 닦기, 주변 청소부터 시작해 규모가 큰 건설 공사나 농촌 지원 등 공공사업에 여성들의 노동력을 일차적으로 동원해왔다. 아무런 보상이 없는 그야말로 무보수 동원이었다. 그 결과 북한사회에서 여성 인력은 국가가 필요하면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유휴노동력’ 그 자체였다.
현재 북한사회가 여성에게 의존하는 비중은 훨씬 더 크다. 여성들의 힘으로 생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북한사회의 여성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1980년대 국가 경제가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가장 먼저 집으로 돌아와야 했던 여성들이, 이제는 온 집안 식구를 먹여 살리는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가 금지한 장사에 일찌감치 뛰어들었고,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과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그런 여성들이 달라지고 있다. 이혼의 주체가 여성이란 사실이 최근 여성의 변화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북한 당국이 법적 이혼을 까다롭게 해놓았기 때문에 이혼을 하고 싶어도 쉽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실상의 이혼을 주도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게 늘고 있다.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1946년 제정된 남녀평등법을 내세워 북한사회는 남녀평등이 이상적으로 실천되는 것처럼 선전해왔지만, 실제로는 가부장적인 봉건문화 속에서 사회주의 일꾼 역할과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을 동시에 감당해내야 하는 이중적인 부담을 안고 살아와야 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동안 북한 여성 스스로 지쳐가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요구하는 역할도 수행하면서 가족도 먹여 살려야 하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북한 여성들이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 더욱이 자신들이 짊어진 생계부담이 사회적으로 개선되거나 해소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이혼율이 증가하는 등 북한 여성들 스스로 지쳐가고 있는 심각한 사회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은 여성들의 생계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북한 여성이 안고 있는 문제에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쏟아 해소책을 찾아주어야 한다. 늘 그랬던 것처럼 단순 무보수 동원 대상으로만 취급하지 말고, 세대주 남성과 마찬가지로 북한 여성들에게도 동등하게 배급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 주어야 한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가두 여성들에게도 배급 받을 권리를 주어야 한다. 실제로 배급을 공평하게 해줄 수는 없더라도, 여성의 합당한 몫을 인정해주는 제도를 가동해야 한다.
요컨대, 사회를 지탱해 온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여,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현실을 헤쳐 나가는 여성의 역할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전향적인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조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성들의 생계부담을 줄일 수 있는 북한 당국의 현명한 조처를 기대한다.
■ 경제활동
2006년 7월호 산업용 전기 몰래 쓰는 가정 늘어 전기 부족 심화
산업용 전기 몰래 쓰는 가정 늘어 전기 부족 심화
일부 부유한 가정에서 산업용 전기를 끌어다 쓰는 바람에 전기 부족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 산업용 전기는 기본전기라고도 하는데, 원래 공장, 기업소, 병원, 학교, 사법기관 등에만 보급되는 전기이다. 일반 주민들은 가정용 전기를 공급받게 되어 있다. 가정용 전기는 산업용 전기에 비해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 돈 있는 집들은 뇌물을 써서라도 산업용 전기를 끌어 쓰고 싶어 한다. 용량이 큰 변압기를 소지한 집에서는 전기온돌에 밥을 짓고,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사용한다. 원칙적으로는 산업용 전기에 손대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그러나 전기공들에게 뇌물을 바치고 몰래 땅 속에 전기선을 늘여 산업용전기를 끌어낸다.
비교적 부유층이 모여 사는 회령시 역전동에서는 배전부의 허락을 받아 산업용 전기를 쓰는 집이 몇 세대에 불과했으나, 6월 현재 전기공들과 개별적인 친분으로 불법 사용하는 세대가 십여 집이 더 늘어나 사회 여론을 일으키고 있다. 이렇게 몰래 끌어다 쓰는 집이 늘어날수록 시내 전체 전기는 더 부족해진다. 이전에는 배전부에서 전기 감독을 해왔는데 이제는 보안서 호안과에서 직접 통제와 검열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보안서 호안과에서 인민반별로 사용하고 있는 전기선을 부분부분 걷어가는 바람에 주민들의 전기 사용이 더 힘들어졌다.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행한 조치였지만, 일부 부유층 가정 때문에 대다수 일반 주민들의 피해만 커졌다. 가난한 집에서는 전기가 와도 등불로 사는 형편이다. 6월 현재 회령에서는 저녁 8시부터 약 4시간가량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2006년 7월호 여성 주도의 이혼율 빠르게 증가
여성 주도의 이혼율 빠르게 증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여성의 가족에 대한 생계부담이 계속되면서 여성 주도의 이혼이 많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이혼이 사회적 비난이 뒤따르는 매우 부정적인 일로 여겼지만, 이제는 이혼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인식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직장에 다녀도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남편과 시집 식구들 뒷바라지에 지쳐있는 여성들이 집을 떠나거나 자녀를 데리고 나와 따로 사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혼자 살기 힘들지 않느냐고 하면 “입을 하나라도 덜어서 좋고, 불편하게 하는 남자가 없어 좋다”는 대답이 많을 정도이다.
2006년 7월호 가족의 생계부담 90% 이상을 책임지는 여성들
가족의 생계부담 90% 이상을 책임지는 여성들
사실 북한 여성들은 생계 부담의 9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업이 좋아 돈을 벌어오는 남편들이 그만큼 적다는 얘기다. 돈을 잘 벌어오는 남편을 둔 여성들은 집안 살림과 자녀 교육에 힘쓰는 전업주부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이지만 그 수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대다수 여성들은 자신이 직접 생활전선에 나가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시장 매대에서 물건을 파는 여성들이나 먼 지역까지 나가서 물건을 받아오는 중간 상인 역할을 하는 여성들 모두 집안 살림에 신경 쓸 여력이 거의 없다. 특히 중간 상인 역할을 하는 여성들의 활동 영역은 매우 넓다. 보안원이나 보위원들 비위를 맞추고 뇌물로 구슬려가며 증명서도 떼야 하고, 서비차를 운행할만한 동업자도 구하고 도매시장에서 물건 줄 사람도 알아봐야 되고, 때때로 큰 돈을 빌릴 수 있는 신용도 쌓아야 하며, 소매자 관리도 해야 하는 등 단순 판매자가 아니라 판매 사업가의 면모를 갖추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일부 여성들 중에는 몇 톤씩 되는 짐을 실어 나르는 과정에 짐꾼도 필요하고 강도에 맞서 보호해줄 만한 사람이 필요해서 젊은 남성과 짝지어 다니기도 한다. 도움을 주고받는 긴밀한 관계가 되다보니 이를 가리켜 정식부부는 아니지만 생계활동을 같이 하는 부부 같은 관계라는 의미에서 ‘8·3 부부’라고 하기도 한다. 남편이 이를 시비해서 가정불화가 생길 경우 여성들은 차라리 이혼하는 쪽을 선택한다. 집을 지키는 ‘멍멍이’처럼 집에만 있는 남편보다 실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가 훨씬 낫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아니면 술 마시고 시비를 걸어오는 남편에게는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기도 한다. 과거라면 결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들로, 성별 위계질서에 균열의 조짐이 보인다.
2006년 5월호 전통 성별분업 계속되지만 여성의 이혼 결단력 높아져
전통 성별분업 계속되지만 여성의 이혼 결단력 높아져
그렇다고 전통적인 성별분업이 뒤바뀐 것은 아니다. 여성들은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밥을 짓고 온종일 밖에 나가 일하고 늦은 밤 집에 돌아와서도 밥과 빨래, 집 청소 등 여전히 가사노동을 전담하고 있다. 특히 5-6월처럼 농촌 총동원령이 내려지는 시기에는 더 바빠진다. 전기나 가스가 없어 직접 군불을 때 밥을 지어야 하고, 새벽 5시부터 저녁 7시까지 사회에서 동원하는 일을 하러 나간다. 아침 식사 준비와 뒷정리를 하고 서둘러 지원 현장에 나가는 것도 바쁜데, 자녀를 유치원·탁아소·학교 등에 보내는 일까지 하려면 눈코 뜰 새가 없다. 이런 일을 거들어주는 남편들은 10%도 안 된다. 일단 농촌 지원 현장에 나가면 그 날 하루 목표 달성량을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애쓴다. 점심식사는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오후 시장 개장 시간에 맞춰 장사 나갈 준비를 서두른다.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손님들의 비위를 맞추고 가격흥정을 하면서 장사를 하다보면 저녁 8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다시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옥수수 국수라도 삶아 식구들을 먹이고, 설거지에 밀린 빨래와 청소를 하고나면 밤 11시가 넘는다. 여성들은 그제야 잠자리에 들게 된다. 집안 일, 생계벌이, 사회 조직 생활, 자녀교육 등 갖가지 역할들을 하면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고 있다. 그러다가 남편과의 불화가 쌓이거나 생계부담을 못 이길 경우 좀 더 쉬운 돈벌이를 찾아 중국으로 떠나거나 돈 많은 남자 혹은 돈을 잘 버는 남자에게 의탁하려고 이혼을 감행하게 된다. 법적 이혼 절차가 까다롭고 이혼 승인도 잘 안 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함경북도의 경우 사실상 별거나 이혼을 하는 부부는 전체 기혼세대의 약 20%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6년 7월호 회령시 마을 건설 재가동
회령시 마을 건설 재가동
그동안 자원과 자재 확보 어려움으로 중단되다시피 했던 회령시의 마을 건설 작업이 드디어 조금씩 진척되고 있다. 회령시는 대덕농장에 살림집 60동을 4월 25일까지 건설하기로 결정했으나 필요한 자재 구입 및 운영 자금이 중앙에서 지원되지 않고, 지역 기관과 각 단위들에서 담당하도록 해서 공사에 차질이 빚어졌었다(「오늘의 북한소식」18호 관련기사 참조). 이에 다시 중앙 정부 차원의 각 성과 위원회들이 회령시에 투자 지원하도록 독려하고 나섰으며, 회령시도 각 단위별로 자체 예산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5월 17일 고무산 시멘트 180톤이 도착했고, 휘발유 기름, 나무, 못 등 필요 자재들이 속속 당도했다. 또한 건설에 필요한 중장비인 굴착기와 기타 중장비, 트럭 차량 등도 여러 대 도착했다. 5월초부터 성천동과 역전동 철길 옆에 아파트 기초파기 공사를 시작했는데, 6미터 깊이에서 물이 나와 5월 14일까지 잠시 공사를 중단하고 지질조사에 들어갔다.
공사 전문 인력은 다른 도·시·군 위원회나 부와 성 단위에서 지원을 받는다. 특히 백두산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들은 공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회령시 농촌 주택건설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시 건설 현장 지휘부는 은덕원 옆 공지에 가설 판자 건물로 지어졌다. 공사 전문 인력들의 안정적인 숙식을 위해 가설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물론 회령시 주민들도 오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 건설 공사에 동원되고 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각 인민반에서는 노동력을 계속 동원할 예정이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농촌 총동원령으로 농촌 지원도 나가야 하는데다 아침부터 무보수 건설 노동도 해야 하는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당연히 이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높다.
한편 회령시에서는 건설이 마무리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모시겠다며 각 공장과 기업소 단위를 동원해 도로주변의 아파트 외관을 새로 단장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별도의 공사는 올 10월까지 할 예정이다. 이 공사에 필요한 자금 및 자재는 시 자체 예산으로 하겠다고 했지만 각 단위 책임자들은 소속 노동자들로부터 거둬들이고 있다. 건설공사 시작과 함께 총 3회에 걸쳐 철거지역을 선정, 현 거주자들이 입주할 아파트 건설을 먼저 한 뒤 철거할 예정이다.
2006년 7월호 군대 차량도 보안서 교통과에서 단속 가능
군대 차량도 보안서 교통과에서 단속 가능
교통질서가 잘 잡히지 않아 지난 5월 보안서 산하 교통과의 권한이 높아졌다. 보안서 교통과에서는 일반 차량뿐만 아니라 군용 차량까지 단속대상으로 삼고, 교통법 위반시 처벌하고 있다. 그동안 보안서에서는 적재량 초과 차량이나 인원초과 탑승차량, 외지차량 등 일반 사회차량을 대상으로 단속을 해왔다. 특히 외지차량의 경우 해당 지역 방문 허가증명서를 확인하고 위반시 벌금을 부과해왔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단속 대상이 군대차량에까지 확장된 것이다. 군대 차량은 보안서의 담당이 아니었으나 이제는 보안서가 직접 단속한 뒤 처벌은 경무부에서 하도록 인계하고 있다.
2006년 7월호 군인호송열차사고 생존자 속속 귀향
군인호송열차사고 생존자 속속 귀향
지난 4월 23일 발생한 군인호송 열차사고의 생존자들이 속속 귀향하고 있다(「오늘의 북한소식」23호, 24호 관련 기사 참조). 회령시에서는 지난 5월 16일 제대군인들이 기차역에 모습을 드러내자 역 안은 온통 울음소리로 뒤덮였다. 아들과 형제를 만난 가족들은 반가움에, 여전히 돌아오지 않아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는 가족들은 안타까움에 눈물지었다. 약 800여 명의 가족들이 역에 나와 기다렸지만 돌아온 생존자는 13명에 불과해 안타까움을 주었다. 회령이 고향인 제대군인의 전체 수는 70여 명이라고 하나, 이 날은 비교적 가벼운 부상자들만 먼저 도착했다. 미처 오지 못한 사람들은 사망했거나 아니면 중상자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령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사고 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역으로 밀려들고 있지만, 몸 성히 귀향하는 군인의 숫자가 적어 미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이 더욱 타들어가고 있다.
■ 시선집중
군인호송열차사고 생존자 속속 귀향-2006년 6월
군인호송열차사고 생존자 속속 귀향
지난 4월 23일 발생한 군인호송 열차사고의 생존자들이 속속 귀향하고 있다(「오늘의 북한소식」23호, 24호 관련 기사 참조). 회령시에서는 지난 5월 16일 제대군인들이 기차역에 모습을 드러내자 역 안은 온통 울음소리로 뒤덮였다. 아들과 형제를 만난 가족들은 반가움에, 여전히 돌아오지 않아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는 가족들은 안타까움에 눈물지었다. 약 800여 명의 가족들이 역에 나와 기다렸지만 돌아온 생존자는 13명에 불과해 안타까움을 주었다. 회령이 고향인 제대군인의 전체 수는 70여 명이라고 하나, 이 날은 비교적 가벼운 부상자들만 먼저 도착했다. 미처 오지 못한 사람들은 사망했거나 아니면 중상자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령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사고 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역으로 밀려들고 있지만, 몸 성히 귀향하는 군인의 숫자가 적어 미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이 더욱 타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