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수재민들이 올 겨울을 넘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2006년 10월호
수재민들이 올 겨울을 넘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영국 더햄대학 국제 산사태 연구소장에 재직 중인 데이빗 패틀리(David N. Petley) 교수는 지난 9월 6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세계지리학회 주최 제 10차 국제지질학회(IAEG)에서 도시 산사태 주제 기조 강연을 하면서 북한의 대규모 산사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북한의 산사태가 가장 최근에 일어난 세계 최대의 산사태일 수도 있다고 하면서, 북한과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수해 피해 규모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패틀리 교수는 양덕군을 포함한 5개 군에 대규모 산사태가 가능하다고 보고, “갑작스런 무더기 폭우로 5층 아파트가 산사태에 묻히는 바람에…(중략)…3층까지 감탕(진흙)에 잠길 정도로 많은 토사가 쏟아져 내려와 온 가족이 한 번에 매몰된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는 좋은벗들의 기사를 인용했다. 그는 양덕 지구의 산사태를 이탈리아의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폼페이가 순식간에 묻혀버린 사건에 비유했다. 아직 산사태의 규모가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다른 산간지역 뙈기밭 사진들을 참조한 결과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북한 정부와 한국 정부가 발표한 북한 수해피해 규모가 턱없이 작은 데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피해 규모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진실이 무엇이냐는 것보다 진실이 드러날 때쯤에는 이미 더 큰 비극이 또 다시 일어난 뒤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벌써 백두산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고 하는데, 이처럼 북한은 우리보다 겨울이 더 빨리 찾아온다. 아무 것도 없고, 아무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는 수재민들이 이 겨울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엉망이 되어버린 교통망의 장애를 뚫고 북한 전역에서 어렵게 지원물자들이 답지하고 있고, 한국 민간단체들의 지원도 들어가고 있다. 한국 정부는 긴장국면 속에서도 약 600억 원에 상당하는 쌀 10만 톤과 수해복구 자재장비와 구호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물에 빠진 사람들에게 소중한 동아줄 하나 던져 준 셈이 되었다. 그러나 던져진 동아줄보다 그 줄 하나에 목숨이 달려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수해 피해 규모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한국 정부는 이제라도 애초에 북한이 요청했던 식량 50만 톤을 긴급히 지원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은 인도적 필요 상황이 존재하는 한 계속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의 식량 10만 톤 지원은 그나마 가뭄의 단비와 같겠지만, 수해로 얼룩진 북한 주민의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일어난 7월 5일 이후부터 제 19차 남북장관급회담이 열렸던 7월 11일 이전까지 줄곧 미사일발사와 인도적 지원 문제는 별개의 문제라고 수차례 확인한 바 있다. 정치적 문제와 인도적 지원 사안을 연결시키지 않겠다는 태도가 왜, 무엇 때문에 갑자기 바뀌었는지 그 이면을 알기는 어렵지만, 이제라도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한 기본 원칙으로 다시 돌아가길 바란다.
시간이 많지 않다. 곧 겨울이 다가온다. 수재민에 대한 긴급 구호와 주택 복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또 다시 대량아사와 대량 탈북이 예상된다. 한국 정부의 큰 결단이 필요하다. 물론 여·야 정치인들의 정치적 결단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의 이해도 필요하다.
또한 이미 결정한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지원 일정도 최대한 앞당기고, 식량뿐만 아니라 모포와 겨울 옷, 양말, 신발, 약품 등 구호품을 대량으로 보내야 한다. 우리는 10년 전 300만의 동포들의 목숨을 무참히 잃었던 비극적 과오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되겠다.
■ 경제활동
양덕 읍, 마실 물 길어오는 데만 40분 걸려 – 2006년 10월호
양덕 읍, 마실 물 길어오는 데만 40분 걸려
수해 인명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양덕읍 주민들은 현재 임시 박막으로 천막을 치고 생활하고 있다. 읍내의 한 주민은 전국에서 들어오는 지원물자 관련 일에 동원되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집에 들어갈 짬도 잘 내지 못할 정도다. 가족이 병중에 있어 간신히 마실 물만 길어다 주고 있는데 예상외로 이 일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한다. 수도시설이 파괴되어 인근 지역에 나가 물을 길어다 먹어야 하는데, 길이 엉망이 되어 가장 가까운 지역에 물을 길러 다녀오는 데만 40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쌀 10톤 실은 화물차량도 계곡물에 쓸려 내려가 – 2006년 10월호
쌀 10톤 실은 화물차량도 계곡물에 쓸려 내려가
지난 7월 집중호우 때 생사의 갈림길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사람들이 있다. 양덕에서 함흥으로 쌀 10톤을 싣고 가던 한 화물차는 산길을 가다가 장대비에 길이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에서 잠시 정차해 있던 중 갑자기 범람한 계곡물에 휩쓸렸다. 계곡물에 둥둥 떠내려가다가 화물차량 위 칸에 탔던 사람들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으나, 운전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그대로 익사하고 말았다.
갑자기 집이 와르르 무너져 – 2006년 10월호
갑자기 집이 와르르 무너져
양덕읍에 사는 한 46세 여성은 폭우가 심하던 날 물이 방에까지 차오르자 가족과 서둘러 지붕 꼭대기로 피신했다고 한다. 마침 이웃집에서도 지붕 위에 올라와 있어서 서로 걱정하는 말을 하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물이 점점 차오르더니 갑자기 이웃집이 와르르 무너졌다고 한다. 평소 가까이 지냈던 이웃집 식구들이 물에 허우적대며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울면서 이야기했다. 한편 양덕의 사망자 수만 3만여 명에 이르며, 부상자들은 피해를 입지 않은 인근 병원에서 무상치료를 받고 있다.
도로 복구 사업 박차 결의 다져 – 2006년 10월호
도로 복구 사업 박차 결의 다져
양덕으로 들어가는 길은 고원 쪽에서 가는 길이 험하기 때문에 평성에서 들어가는 도로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이에 접근하기 쉬운 쪽부터 이달 중순(9월 15일) 완료를 목표로 도로 복구사업에 전력을 쏟고 있다. 더 이상 손 쓸 수 없을 만큼 심하게 훼손된 도로는 우회도로를 임시로 닦아나가는 식으로 복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는 산사태 등으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지역이 많아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철도 복구의 완료 시점을 올 연말인 12월로 잡고 총력을 쏟을 것을 결의했으나 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양덕 읍, 임시도로 닦기에 전력투구 – 2006년 10월호
양덕 읍, 임시도로 닦기에 전력투구
수해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양덕읍이 수해 복구에 힘쓰고 있다. 전국에서 지원물자가 들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교통망이 심하게 훼손되어 분배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도로 복구가 시급하다. 철도는 노반이 40-50미터 이상 붕괴되는 등 곳곳이 폐허가 되어버려 도저히 손대기 어려울 정도이다. 신의주-청진행 열차는 양덕 부근에서 20일 가까이 묶여 있었다. 한 장사꾼은 여기에 실었던 상품(선풍기)을 청진으로 운반하기 위해 직접 들고 걸어 나와야 했다. 양덕에서 산길을 걸어 나와 물품을 청진까지 운반하는데 보름 넘게 걸렸다. 이렇게 사실상 교통이 마비되자 당국에서는 기존 노선 복구보다 임시 도로를 닦는데 우선적으로 전력을 쏟고 있다.
군부대도 수해 피해 막심, 식량 걱정 – 2006년 10월호
군부대도 수해 피해 막심, 식량 걱정
강원도 지역의 군부대는 수해가 닥치기 전만해도 올해는 작년에 비해 식량공급이 그럭저럭 이루어진 편이었다. 작년에는 식량이 부족해 군인 가족들도 배급을 타지 못해 식량고생이 무척 심했다. 강원도 1군단의 경우 산악 지역이라 부업지가 거의 없어 식량이 제일 부족했다. 자신의 자녀가 1군단에 배치되지 않기를 바라는 주민들이 많은 것도, 영양실조에 걸리는 일반 사병들이 제일 많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업지가 많은 다른 군단에서 1군단에 농작물의 일부를 지원토록 하는 체계가 나왔다. 뿐만 아니라 26사단을 역외 지역에서 농사를 짓도록 하여 1군단에 쌀을 보내도록 했지만, 26사단 역시 식량이 넉넉지 않았던 관계로 대부분의 끼니를 감자로 때울 경우가 많아 영양 실조자가 늘어났다. 올해에는 식량 배급이 작년에 비해 좋아져서 허약자는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지역의 수해가 심해 군부대 피해 역시 막심한데다 올해 농사 소출이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에 또 다시 식량 고생문이 열렸다고 걱정들이 많다.
남포 보안서 무기탈취 사건 발생 -2006년 10월호
남포 보안서 무기탈취 사건 발생
지난 7월 초 남포시의 한 보안서에 괴한이 침입해 무기를 탈취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날 경비를 서던 보안원 2명이 격투 끝에 총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을 찾기 위해 전국에 수사선포를 하고 범인을 추격중이지만 아직까지 못 잡고 있다. 올해 남포시 룡강군 보안서에서도 무기 탈취 사건이 있었는데, 당국은 무장괴한집단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고 검거에 힘쓰고 있다.
남포시는 송림시와 함께 1998년 송림시 황해제철소 노동자 시위 군부대 진압사건으로 당국에 대한 주민들의 원성이 깊은 지역 중의 하나이다. 이 사건은 송림, 남포, 황주 등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뿌리 깊은 원성으로 자리 잡았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남포, 송림 등에서는 가끔 무기탈취, 당 선전문구 삭제 사건 등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남포 보안서 무기탈취사건도 당시 사건으로 원한이 맺힌 사람들 중의 일부 소행일 것으로 보고 있다.
보안서 순찰대원도 빙두(얼음) 밀매혐의로 체포-2006년 10월호
보안서 순찰대원도 빙두(얼음) 밀매혐의로 체포
지난 9월 1일 국경변 한 보안서 순찰대원이 빙두(얼음) 밀매 혐의로 체포되었다. 그동안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중국의 마약상에게 대량의 빙두, 마약, 아편 등을 넘겨 온 혐의다. 체포 당시 가택 수색에서 인민폐 180만 위안이 발견되었다. 그와 공모한 것으로 드러난 사람도 함께 붙잡혀 취조를 받는 중이다. 중국 공안에서 마약 판매자를 잡았는데 거래자 명단이 북한 당국에게 넘어와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가 계속 진행 중에 있으며, 이들의 가족이 먼저 농촌으로 추방되고 집과 재산은 모두 몰수되었다. 마약의 수량이 크고 범위가 넓어 처리방법에 대해서는 시가 아니라 도 단위에서 결정 내린다고 한다. 국경 지역에 마약 밀매 등의 여러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자 현재 저녁 8시부터 단속을 하고 있고, 밤 10시가 넘어서는 국경선 쪽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신분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잡아들여 보위부에 넘겨 처리하고 있다.
역 앞은 사기꾼, 도둑들로 극성 – 2006년 10월호
역 앞은 사기꾼, 도둑들로 극성
여행증 발급 제한에 한정된 열차표 때문에 어느 역이나 표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여행증을 소지한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기차표를 미처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거리기 일쑤이다. 그러다보니 암표라도 구하려고 애쓰다가 사기를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차표를 구해주는 암표 상인들이 많은데, 아무리 주의를 해도 사기꾼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차표를 사주겠다며 접근한 사람들 중에는 여행증과 차비를 챙겨 달아나거나 여객전무 또는 승무 안전원 등과 친분관계를 내세워 돈을 받아 달아나는 사기꾼들이 많다. 다행히 표를 구해 열차를 타더라도 짐을 털어가는 도둑들이 많아 승객들은 방심하지 못한다. 대체로 한밤중에 사람들이 피곤한 틈을 이용해 짐을 뺏어 내거나 훔쳐 달아나는 일이 많다. 한편, 여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청진 역에서는 개인 짐을 보관할 수 있는데, 귀중품은 개당 200원, 일반 짐은 100원에 짐을 보관할 수 있다.
살기 어려운 때에도 식당 찾는 발길 끊이지 않아 – 2006년 10월호
살기 어려운 때에도 식당 찾는 발길 끊이지 않아
요즘처럼 정세가 긴장되고 수해로 살기 어려워진 시기에도 식당들에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1년에 한 번 식당 문턱이라도 밟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매일 한두 차례 이상 식당에 가는 사람들도 있다. 대체로 경비대 군관, 보위원, 보안원, 검사, 당·정·기관일꾼, 공장·기업소 단위 책임자들 등 이른바 권력계층과 장사꾼, 밀수밀매업자, 도강자, 무역일꾼, 외화벌이 기관 종사자 등으로 돈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식당에 출입한다. 일반 주민들이 하루 한 끼니를 위해 뙤약볕 아래 좌판 장사를 하거나 뙈기밭을 가꿀 때 이들은 한 끼니로 1~3만원의 거금을 지출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이들은 단골 식당을 정해놓고 다니는 편이다. 보안서나 법 기관들은 식당을 예의 주시하며 돈 쓰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지만, 주로 드나드는 계층이 자기네 소속 사람들이다보니 강력하게 통제하지는 않고 있다.
■ 시선집중
양덕 읍, 마실 물 길어오는 데만 40분 걸려-2006년 9월
양덕 읍, 마실 물 길어오는 데만 40분 걸려
수해 인명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양덕읍 주민들은 현재 임시 박막으로 천막을 치고 생활하고 있다. 읍내의 한 주민은 전국에서 들어오는 지원물자 관련 일에 동원되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집에 들어갈 짬도 잘 내지 못할 정도다. 가족이 병중에 있어 간신히 마실 물만 길어다 주고 있는데 예상외로 이 일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한다. 수도시설이 파괴되어 인근 지역에 나가 물을 길어다 먹어야 하는데, 길이 엉망이 되어 가장 가까운 지역에 물을 길러 다녀오는 데만 40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수재민이 올 겨울을 넘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2006년 9월
▪논평
수재민들이 올 겨울을 넘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영국 더햄대학 국제 산사태 연구소장에 재직 중인 데이빗 패틀리(David N. Petley) 교수는 지난 9월 6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세계지리학회 주최 제 10차 국제지질학회(IAEG)에서 도시 산사태 주제 기조 강연을 하면서 북한의 대규모 산사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북한의 산사태가 가장 최근에 일어난 세계 최대의 산사태일 수도 있다고 하면서, 북한과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수해 피해 규모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패틀리 교수는 양덕군을 포함한 5개 군에 대규모 산사태가 가능하다고 보고, “갑작스런 무더기 폭우로 5층 아파트가 산사태에 묻히는 바람에…(중략)…3층까지 감탕(진흙)에 잠길 정도로 많은 토사가 쏟아져 내려와 온 가족이 한 번에 매몰된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는 좋은벗들의 기사를 인용했다. 그는 양덕 지구의 산사태를 이탈리아의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폼페이가 순식간에 묻혀버린 사건에 비유했다. 아직 산사태의 규모가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다른 산간지역 뙈기밭 사진들을 참조한 결과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북한 정부와 한국 정부가 발표한 북한 수해피해 규모가 턱없이 작은 데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피해 규모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진실이 무엇이냐는 것보다 진실이 드러날 때쯤에는 이미 더 큰 비극이 또 다시 일어난 뒤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벌써 백두산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고 하는데, 이처럼 북한은 우리보다 겨울이 더 빨리 찾아온다. 아무 것도 없고, 아무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는 수재민들이 이 겨울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엉망이 되어버린 교통망의 장애를 뚫고 북한 전역에서 어렵게 지원물자들이 답지하고 있고, 한국 민간단체들의 지원도 들어가고 있다. 한국 정부는 긴장국면 속에서도 약 600억 원에 상당하는 쌀 10만 톤과 수해복구 자재장비와 구호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물에 빠진 사람들에게 소중한 동아줄 하나 던져 준 셈이 되었다. 그러나 던져진 동아줄보다 그 줄 하나에 목숨이 달려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수해 피해 규모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한국 정부는 이제라도 애초에 북한이 요청했던 식량 50만 톤을 긴급히 지원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은 인도적 필요 상황이 존재하는 한 계속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의 식량 10만 톤 지원은 그나마 가뭄의 단비와 같겠지만, 수해로 얼룩진 북한 주민의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일어난 7월 5일 이후부터 제 19차 남북장관급회담이 열렸던 7월 11일 이전까지 줄곧 미사일발사와 인도적 지원 문제는 별개의 문제라고 수차례 확인한 바 있다. 정치적 문제와 인도적 지원 사안을 연결시키지 않겠다는 태도가 왜, 무엇 때문에 갑자기 바뀌었는지 그 이면을 알기는 어렵지만, 이제라도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한 기본 원칙으로 다시 돌아가길 바란다.
시간이 많지 않다. 곧 겨울이 다가온다. 수재민에 대한 긴급 구호와 주택 복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또 다시 대량아사와 대량 탈북이 예상된다. 한국 정부의 큰 결단이 필요하다. 물론 여․야 정치인들의 정치적 결단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의 이해도 필요하다.
또한 이미 결정한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지원 일정도 최대한 앞당기고, 식량뿐만 아니라 모포와 겨울 옷, 양말, 신발, 약품 등 구호품을 대량으로 보내야 한다. 우리는 10년 전 300만의 동포들의 목숨을 무참히 잃었던 비극적 과오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