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6자회담 타결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논평] 6자회담 타결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6자회담 타결로 앞이 안보이던 북한 주민의 민생 문제가 숨통을 틀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쁜 일이다. 더불어 이 합의로 한반도에 드리웠던 암운이 서서히 걷히고 평화의 분위기로 반전된 것은 남북한 모두를 위해 축하할 일이다. 이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았던 각국의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하는 바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소모적인 군사적 대치로 더 이상 남북한 주민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나 긴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고통 받는 북한 주민들이 삶의 희망을 느낄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은 물론 한국 정부 및 국제사회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6자 회담 타결은 그런 의미에서 북한 주민의 생존권 보장과 한반도의 평화체제 정착으로 가는 참으로 뜻 깊은 첫 발을 내디딘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이번 6자 회담 합의 내용은 북한 핵 폐기의 초기 조처로, 단계적 이행에 따른 보상조치를 담고 있어 북한 당국의 강력한 실행의지와 주변국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북한은 이번 핵문제 합의를 기초로 약속을 이행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며, 다른 5개국 역시 북한과의 약속을 지켜 나가야한다. 특히 한국 정부는 작년에 중단했던 인도적 지원을 당장 재개해야 한다. 앞으로도 인도적 지원만큼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중단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인도적 지원이 중단될 때는 인도적 지원이 그 나라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하기 바란다.
북한 정부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는 즉시 가장 먼저 민생 문제를 돌보는 것에 총력을 다해야한다. 식량이 들어오는 대로 수재민, 농민, 취약계층 등에 우선 공급하고, 자재가 없어 중단된 수해 복구공사도 하루빨리 진척시켜야 한다. 또한 상수도시설을 정비해 안전한 식수를 보장하고, 의약품을 확보하는 대로 전염병 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보다 안정적으로 민생 문제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공동신년사설에도 천명되었듯이 올해야말로 북한 인민 생활이 향상되는 원년이 되기를, 그리고 북한 정부의 광폭정치가 본격적으로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는 바이다.
■ 시선집중
회령, 외화벌이회사 전격 해산
회령, 외화벌이회사 전격 해산
회령시는 얼마 전 중앙당의 지시로 회령시에 위치한 외화벌이 회사를 전격 해산시켰다. 이번 조치로 인민위원회 산하 외화벌이 회사인 오산덕 회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외화벌이 회사 지사와 무역회사들이 해산되었다. 회령시의 이번 조치는 올해 김정숙 90돌을 맞아 어느 도시보다 깨끗하고 안전하게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는 목적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는 외화벌이 회사원들이 외국인과의 거래 명목으로 손전화기(핸드폰)를 불법 휴대하고 있고, 전화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국내 비밀을 누설한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이번 조치는 손전화기 단속과 불법 도강자 예방 및 숙박검열 등 전반적인 국경지역의 단속과 맞물려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이번 조치로 졸지에 직장을 잃게 된 회사원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대개 중상층에 속하는 사람들이어서 그들이 느끼는 사회적 박탈감과 불안감은 매우 크다. 그들과 밀접하게 연관된 상층부의 민심도 덩달아 흔들리고 있다. 이들로부터 공급받아 오던 일상용품 및 생필품이 대부분 끊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산덕 회사 하나로 이 모든 것을 공급할 수 있을지 모두들 걱정하고 있다.
한편 이번에 해산된 회사의 직원들은 각 기업소나 사업소의 원료기지인 농장에 내려가 농사를 짓게 된다. 이 같은 결정으로 회사원들의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게 웬일인가. 나라와 기업소를 위해 많은 돈을 벌어들였는데, 몇 사람 잘못으로 농사라고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우리를 농사꾼으로 만들다니 너무 억울하다. 다른 직장을 해결해 달라”며 이번 결정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
■ 경제활동
마약으로 가정불화 심각
국경연선지역에서는 마약 때문에 배우자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 사회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회령시 성동리에 사는 한 여성은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보안서의 취조를 받고 있다. 그 여성은 얼음(빙두)에 중독되어 있던 남편이 얼음을 가져오라며 폭력을 행사해 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집 안에 먹을 쌀 한 톨 없는데 자녀와 집안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마약에만 빠져 있는 남편에 대한 분노가 쌓여왔다고 한다. 성천동에서는 반대로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 여성은 2년 전부터 얼음을 밀매하면서 본인 역시 중독이 되어 결국 집 재산을 모두 탕진하게 되었다고 한다. 중독이 심해 더 이상 팔만한 것이 없는데도 마약을 끊지 못하자 남편이 홧김에 자신의 아내를 살해했다고 한다. 그는 덕흥리 다리 밑에 사체를 버렸다가 덜미가 잡혀 체포되었다. 마약 중독자 가족을 보호할 마땅한 체계가 없다보니 가정불화가 심해지고 폭력 살인 등의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59호)
1인당 1톤 분토(퇴비) 바치기
1인당 1톤 분토(퇴비) 바치기
올해 신년사설에 제시된 농업 생산량 증대 방침에 따라, 각 도, 시, 군에서는 주민 1인당 1톤의 분토(퇴비) 바치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직장인, 가두여성(주부), 학생 등 너나 할 것 없이 분토를 내야 한다. 어느 정도 집에서 만들어 바친다 해도 워낙 큰 양이다보니 일부 주민들은 분토에 아궁이에서 타고 남은 재를 섞어 눈가림을 하기도 한다. 이에 국토관리국에서는 분토의 양 뿐만 아니라 질까지 일일이 검사한 뒤 분토수행확인서를 발급하고 있다. 장사수완이 있는 주민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분토를 만들어 달구지 한 대 분량 당 8천원에 팔고 있다.
겨울엔 ‘찹쌀 부엌’
겨울엔 ‘찹쌀 부엌’
추운 겨울을 나려면 무엇보다 난방이 제일 중요하지만 땔 것이 워낙 비싸 취사용 땔감 구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나온 말이 ‘아궁이가 이밥을 먹는다’는 말이다. 쌀 사먹을 돈이 없어 사람은 옥수수를 먹는데, 취사난방 비용이 쌀값보다 비싼데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이젠 땔감 가격이 높아져 입쌀 값이 아닌 찹쌀 값에 빗대 ‘찹쌀 부엌’이란 말까지 나왔다. 찹쌀 가격이 입쌀 값보다 보통 200-300원 비싼 1,300-1,400원선에 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난방비에 대한 주민들의 체감 가격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작년 겨울에는 저열탄의 경우 석탄 한 양동이에 400-500원대에 그쳤으나 올 겨울에는 900-1,000원대를 넘어가고 있다. 고열탄 가격은 작년에 1,000원대였는데 올해는 1,300-1,400원대를 넘어가고 있다. 난방비용이 너무 높아 주민들은 낮에 옥수수와 수수대를 불쏘시개 삼아 밥을 짓고, 저녁에 너무 추워 도저히 견디기 어려울 때 석탄을 약간씩 때고 있는 형편이다.
교원과 의사 배급, 한 달 옥수수 15kg
교원과 의사 배급, 한 달 옥수수 15kg
대부분의 직장들이 배급을 주지 못하는 가운데 그나마 일부 지역의 교사와 의사들은 소량의 배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입쌀이 아니라 옥수수로 한 달에 15kg을 받고 있다. 반면 다른 직장인과 주민들은 아무 배급 없이 3월까지 버텨야 한다. 4월쯤에는 혹여 하반기 배급이 나오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감을 갖는 주민도 있지만, 대체로 작년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공급 없이 넘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전반적이다. 작년에도 개인들의 소토지 농사로 근근이 먹고 살았기에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작년의 농사 소출이 줄어든 데다 더 이상 손 벌릴 친척도 없고 팔 물건도 없는 주민들의 경우 시름이 깊을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눈요기로 입쌀을 구경만 하고 옥수수를 사는 주민들이 많은데, 하루 벌이로 하루 먹고 사는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니지 않느냐며 애써 담담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입쌀이 잘 팔리지 않자 쌀 장사꾼들은 입쌀보다 옥수수 장사가 더 낫다며 옥수수를 많이 구입하고 있다. 한편 회령시도 2월말에 배급이 끊기면 14만 인구 중 절반가량의 식량이 완전히 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싸더라도 병원 약품 선호
비싸더라도 병원 약품 선호
평성 의대 병원에서는 코에 생긴 염증을 치료하는데 약값만 3만 원 가량 든다. 이렇듯 오랫동안 약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가운데,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각자 재주껏 약을 구해 시장 가격보다 약간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의사들은 굳이 시장에 매대를 얻지 않고도 환자들을 대상으로 약품 장사를 하는 셈이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이제는 약 값과 치료비 내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어쩌다 들어오는 약품들은 주로 의사와 친분관계가 있는 일부 간부들에게만 무상 지급된다. 일반 환자들에게는 처방에 따라 약품을 공급했다는 문서만 작성하고, 실제로는 돈을 받는다. 돈이 없으면 진단은 물론 약도 치료도 받을 수 없다. 보건성에서는 이런 실태를 익히 잘 알고 있으나 별다른 대책이 없어 병원에서의 약품 판매를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돈 있는 주민들은 시장에서보다 병원 약국의 약품 구입을 선호한다. 그만큼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시장에 유통되는 약품들은 대부분 중국산으로 가짜 약이 많아 의료사고의 위험이 높지만, 병원 약국에서 판매하는 약품은 의사들이 직접 한약재로 만들거나 UN지원 의약품, 북한 국영 제약회사 제조 의약품 등으로 믿을만한 의약품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이 때문에 돈 있는 사람은 병원 약국에서, 돈 없는 사람은 시장에서 약품을 구입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시장에서도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격경쟁을 벌여 가능한 약국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호객행위를 하며 적극적으로 경쟁에 뛰어든 지 오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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