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북한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박영미(북한이탈주민, 가명 )
대성공사와 하나원을 거쳐 한국사회에 첫발을 뗀지도 벌써 3개월이 넘어섰다. 하나원에서 듣고 배울때와는 전혀 다른 현실속에서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우리 인생의 출발점과 목적지는, 종착역은 다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종착역까지 가는 경쟁자들의 수준차이에서 누가 우승을 하고 누가 꼴찌를 하는가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열 걸음을 아무리 부지런히 에돌아간다 할지라도 두 걸음으로 질러가는 사람보다는 뒤처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진리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물론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에 대해 남보다 얼마나 빨리 이해하고, 파악하고, 깨닫는가에 따라 좌우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자면 남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머리를 쓰고, 배우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 활용 한가지에서만 놓고 보아도 그렇다. 나도 여기(사회에) 나올때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컴퓨터를 잘 안다고 자처했는데 정작 학원에 다니면서 배우는 과정에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짧은 생각이었는지 깨달았다.
죽을때까지 다 못배운다는 말이 있다. 물론 여기 한국사람들도 전부다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를 줄 아는건 아니지만, 뒤떨어진 북한사회와는 엄밀히 다른 여기 한국사회에서 컴퓨터를 모르면 이전에 문맹자와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이 지금 한국의 현실이다. 컴퓨터를 안다는 것은 우리가 사회에 그 어디에 가서도 써야 하는 사회생활의 밑거름, 기본에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컴퓨터를 배우는 것을 그 어떤 기술을 배우는 것처럼 인식하고, 자기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배우려고 하지 않는 귀순자들도 있지만 이것은 잘못된 편견이라 생각한다.
또 컴퓨터를 어떤 수당금 때문에 배우려고 나오다가 수당금이 적게 나온다는 이유로 학원접수했다가도 그만 두는 친구들이 있는데, 정말 안타깝다. 컴퓨터를 배워서 그 지식을 남에게 주는것도 아니고 자기에게 있어서 앞으로 꼭 필요한 것이고 알아두면 현재 나오는 얼마 되지 않는 수당금의 몇십배를 얻을수도 있는데, 어떤 남의 일처럼 ‘몰라도 산다’는 식으로 나오지만 꼭 후회할 때가 있으리라! 우리가 컴퓨터를 모르는 것은 이전에 ‘가나다라….’를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어데 가서 자기 이름을 쓸줄 모르면 얼마나 수치스러운걸로 생각했던가? 자기나라 국어를 배우는 것을 응당한걸로 생각했듯이 ‘컴퓨터배우기’도 그런 마음으로 임해서 배우면 자기 자신을 위해서 결코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를 빨리 하려면 티브이 뉴스나 신문같은 걸 보면서 모르는 용어들이 나오면 적어두었다가 가까운 이웃들에게 물어보고 알고 넘어가면 처음에는 몰랐던 단지 외래어가 아닌 한국사회에서 쓰는 실제용어들을 깨달을 수가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배우고 배우다보면 처음엔 텅 비어있던 머릿속에 뭔가 채워지고 몰랐던 한국사회에 대한 어떤 윤곽이 잡혀지는 걸 스스로 깨닫게 될것이라 믿는다.
또한 많은 사람들과 접촉을 많이 하고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든 듣다보면 배울것이 참 많다. 단지 이야기를 재미거리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매 사람들이 하는 일과 취미,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 한국사회 인식에 대한 사람들의 공통점도 보게 되고 다른 점도 보게 되면서 깨닫고 배우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우리는 아직 한국어를 잘못하는 콤플렉스를 누구나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땜에 사람들을 만나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이야기하기 꺼려하는 경향들이 있는데, 우선 사람들을 만날 때 밝은 인상과 함께 예의를 갖추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화하다보면 그런 콤플렉스들은 커버해줄 것 같다. 여기(한국에)까지 자유를 찾아온 우리들에게 무섭고 두려울것이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고 누가 웃던 말던 대담하게 밀고 나가고, 모를 것은 물어보고 배울려는 정열만 있다면 누구나 없이 꼭 성공하리라 믿는다. 열심히 배울려는 자에게는 꼭 길이 있기 마련이다. 계속 주저하고 앞으로 많은 시간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후에, 후에… 이런 식으로 미루고 그냥 환경에 맡겨두고 때가 되면 배우겠지 하는 식으로 방치해두면 결국은 ‘꼴지선수’가 되고 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도 어떤 때는 혼자 자문해 볼 때가 많다. ‘지금 얼마나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며 뛰고 있는가?’고…하지만 하나원에서 나올 때 결심보다는 많이 식어진 나를 볼 때면 한심스럽기도 하고, 혼자서 자책하며, 누구도 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새삼 뼈저리게 느끼곤 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신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한국말을 잘 한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도 한국사람들과 부딪치면 ‘경상도’,‘충청도’,‘강원도’,,, 마지막엔 ‘조선족’이냐고 까지 묻는다. 그때는 왠지 죄지은 것도 없는데 죄의식에 사로잡히는 묘한 기분을 감출수가 없었다. 이 자체가 벌써 자신심이 없고 움츠러드는 마음이 내 속에 잠재해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하나같이 느낀 한국 사람들의 공통점은 ‘귀맛’이 누구라 없이 독특하다는 것이다. 벌써 말 몇 마디하고 나면 아! 경상도 쪽이죠… 하는 식으로 서울이 아니고 지방이네요.. 하고 금방 언어에 대한 느낌을 바로 지적한다.
근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여기서 많은 마음의 위축을 받는다는 것이다. 과감히 떨쳐버리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첨엔 좀 움츨 했지만 이제는 상대방이 “고향이 혹시 경상도?” 하면 “네”, 또 어떤 사람이 “경상도 하고 충청도 하고 짬뽕 같은데…”하면 “네, 아버지는 경상도고 어머니는 충청도입니다.” 상대방이 “조선족?”(드물긴 했지만) “조선족은 아니고 부모님들이 화교입니다. 중국에서 몇 년 살았습니다. 국적은 대한민국입니다.”하고 상대의 물음에 적당하게 대답을 맞춘다. 그렇게 만나다 보면 정말 내 신분을 알아도 될 상대이면 그때가서 말해도 늦지 않고, 그때면 서로에 대해서 대충은 파악을 한 뒤여서 말해도 충격을 받지 않는다. 처음 만나서 저 ‘북한에서 왔어요’하면 놀랄 건 당연하고, 앞으로 더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것도 그 자리에서 끊기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아직 북한사람들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주위에서 봤을 때 ‘언어장벽’이 우리 귀순자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기본요인인 것 같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대담하게 배울려고 노력하고 매 사람들의 성격이나 등에 대해서 판단을 하고 자기가 잘 맞춰서 대응해나가면 크게 어려운 점도 아닐거라 생각한다.
여러 가지로 한국사회에 대해서 파악을 하고 기초적으로 배울 것도 좀 배우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여하튼 자기의 비전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누구라 없이 한국에서 성공자가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