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문] 북한주민을 위한 인도적 긴급식량 20만 톤 지원과
북한경제개발기금으로 정부예산 1% 사용을 촉구합니다
국정 수행에 수고하시는 이명박 대통령님과 삶의 현장에서 애쓰시는 국민 여러분들에게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산과 들, 시장과 거리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북녘의 동포 여러분에게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1990년대 중반, 북한 주민들이 겪었던 기근과 아사의 고통이 올해 초 다시 동포들에게 닥쳐왔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깊은 아픔을 느낍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북한주민들의 아픔을 신속하게 해결하고자, 긴급식량 20만 톤을 지원할 것과 식량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북한 경제개발기금으로 정부 예산 1%를 적립하여 사용할 것을 호소하는 100만 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길거리와 지하철, 학교, 축구장, 해수욕장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을 찾아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이 땀을 흘리며 더위보다 더한 열정으로 북한주민들의 아픔을 국민들에게 간절히 호소하였습니다. 하루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의 서명을 받으며 우리 종교인들은 국민들의 목소리와 열망을 접했습니다. 어떤 때는 전쟁의 상흔을 갖고 있는 어르신들에게서 야단도 맞았고, 가난한 노숙자들에게서 거친 욕설과 주먹질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금강산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로는 반대와 비난이 거세지면서 우리들 마음이 잠시 주춤거리기도 상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굶주리고 있을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생각하고는 마음을 다시 가다듬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을 직접 온몸으로 접하면서 겉으로 드러낸 감정 밑에 사람의 목숨과 생명, 화해와 평화를 소망하는 따뜻한 속마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우리 스스로도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와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 1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의지를 모아 다시 한번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첫째, 우리는 정부에게 식량난으로 굶주리는 북한주민을 위해 하루 빨리 긴급식량 20만 톤을 지원해줄 것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북한 정부에 반대하는 많은 시민들도 “굶주리는 북한주민을 돕자”라는 말에 서슴없이 동참하였습니다. 북한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죽게 할 수 없으며, 굶주리는 사람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가 동포들을 살려야 한다는 데 소중한 마음을 모아주었습니다. 어떤 정치적 견해나 입장도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은 없으며, 아무리 미워하는 사이라 할지라도 생명을 구하는 걸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사람에게 등 돌리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둘째, 우리는 정부에게 북한의 경제개발을 위한 기금으로 정부예산의 1%를 적립하여 사용할 것을 촉구합니다. 북한주민들의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년 되풀이되는 긴급식량지원을 넘어서서 경제개발을 지원해야 합니다. 통일 후 북한사회개발을 위해 천문학적으로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보다 지금 지원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며 민족의 미래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입니다. 북한의 헐벗은 산과 황폐화된 농업, 가동률 20%밖에 안 되는 산업경제, 낙후된 사회간접자본, 마비된 학교교육과 의료보건실태 등을 훗날 복구하려면 수천억 달러에서 수조 달러까지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민둥산의 복구를 위해 묘목을 지원하고 그 묘목을 심는 주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한다면 굶주림도 면하고 산림도 복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민족의 통일을 꿈꾼다면 지금 북한경제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주민을 도와 민심을 얻는 길이 되며, 통일한국을 건설하는데 가장 경제성이 높은 효과적인 투자가 될 것입니다.
셋째, 우리는 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남북간의 화해과 다양한 교류협력을 위해 노력해주길 호소합니다. 남북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남북한 당국자들의 지혜로운 선택과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우리 민족이 일제식민지를 겪고 전쟁까지 치르면서 분단된 지 63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겪었던 수많은 대립과 갈등은 남북한 주민 모두에게 아직까지도 큰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수십 년을 헤어져 살아온 이산가족들과 납북자, 국군포로 등의 문제는 하루 빨리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남북간의 대화가 계속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정부가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대화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 종교인들의 공통 관심사는 사랑과 자비를 실현하면서 계층간, 민족간 인종간의 화해와 평화를 이룩하여 조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러하기에 우리 종교인들도 남북관계에서 화해와 협력의 다리를 놓는 심부름꾼의 역할을 다 할 것을 다짐합니다.
최근 대통령께서 러시아를 방문하여 한러 간에 북한을 경유하는 천연가스 공급라인을 만들기로 합의한 것은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이를 통해 북한의 경제와 사회는 크게 발전할 것이고, 동북아시아의 평화도 무르익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해나가길 바랍니다. 또 경제와 과학기술의 공동협력을 통해 남북이 서로 존중하며 신뢰하는 평화적 관계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남북간의 대화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이명박 대통령님과 정부관계자, 사회지도자와 국민여러분! 지금 당장 북한주민들을 살리기 위해 20만 톤의 식량을 긴급 지원하고, 북한사회를 복구하기 위해 정부예산 1%를 사용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 그래서 우리 동족을 살리고, 통일의 디딤돌을 놓읍시다. 그리하여 위대한 나라와 위대한 민족을 만듭시다.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대통령과 남북한의 국민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08년 10월 7일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