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산림녹화보다 주민 생계보장 시급하다
북한 당국은 지난 9월 29일, ‘2012년까지 조국의 산과 들판을 황폐한 곳이 한 곳도 없도록 푸르게 단장해야 한다’는 방침을 내렸다. 북한의 헐벗은 산하를 떠올리면 산림녹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돼도 충분치 않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산림녹화 방안은 뙈기밭 회수 등의 단속으로 일관돼 비현실적이며, 실현 가능성 또한 낮다.
산과 들을 푸르게 단장하려면 주민들의 난방과 취사용 땔감 문제가 해결돼야 하며, 주민들의 식량 문제 역시 함께 풀어가야 한다. 식량난이 시작된 이래 주민들은 너도나도 텃밭과 뙈기밭 농사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다. 야산이든 험한 산이든 비탈이 얼마나 심하든 관계없이 주민들은 맨손으로라도 돌을 고르며 어렵게 밭을 일궜다. 일부 지역에선 화전이 심심치 않게 행해지기도 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뙈기밭을 일구면 최소 3개월 내지 6개월 정도의 식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로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굶어죽지 않으려면 아무리 손바닥만한 뙈기밭이라도 일궈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림보호와 육성을 명목으로 단속과 통제를 아무리 강화한다 해도 주민들의 땔감 및 뙈기밭 농사에 대한 강렬한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아무런 효과도 볼 수 없을 것이다. 북한 정부가 산림녹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보다 더 우선적으로 주민들의 식량 상황 및 생계 문제에 대해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