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임 (통일대화마당 수강생)
지난주부터 계속 『도시처녀 시집와요』와 『봄날은 간다』, 『바람불어 좋은 날』사이에 무슨 유사성과 차이점이 있는지….
강사는 이 세 영화를 두고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건지 계속 궁금해 하고 있다.
그리고 모범생처럼 뭔가 그럴듯한 연관성을 찾아보려고 머리를 굴려 봤지만 시원찮은 머리에 퍼뜩 떠오르는 것이 없다….
다만 내가 주목한 것은 30세에 접어든 노처녀인 만큼 세 영화가 ‘연애, 사랑’을 다루는 방식에 눈길이 갔는데….
60년대, 7-80년대, 2000년대의 남녀의 만남, 연애, 사랑에 나타나는 사회상의 반영이나 의식 변화의 흐름속에 이 세영화가 점처럼 위치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도시처녀 시집와요』는 북한영화임에도 우리의 5-60년대 정서가 느껴진다. 성식의 어머니가 여자 주인공-이름을 까먹었다-을 며느리감으로 삼고 싶어 한달지…. 서로 좋아하면서도 눈치만 보고 있는달지…. 그래서 옆사람들이 두사람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여자는 남자의 이상이나 꿈에 반하고,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지만 자신의 꿈을 버릴수 없고.
근데 우리의 70-80년대의 사회를 담은 『바람불어 좋은 날』에서는 소비화된 도시 여성이 시골출신의 순진한 남자를 데리고 논다. 그 속에 있는 여성은 성적으로 개방되어 있고, 더이상 한남자에게 연연해 하지 않고, 남성에 대해, 사랑에 대해 꿈이 없다. 나이트 클럽에서 춤을 추고 자가용을 가지고 있지만 그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는 영화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 여성이 2000년대의 『봄날은 간다』에 오면 한 번의 이혼을 경험한 후 외로운 영혼을 이끌고 혼자 산다. 그러다 일로 만나게 된 남자에게 "라면 먹을래요? 자고 갈래요?" 하고 묻는다.
바람불어 좋은 날』속의 여성이 『도시처녀 시집와요』속의 여성을 보면 촌스럽다고 웃어 제낄 것 같다. "아직도 그런 순진한 꿈을 꾸고 있니?" 하고.
『도시처녀 시집와요』속의 여성은 『바람불어 좋은 날』속의 여성을 어떻게 저럴수 있을까? 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 볼 것 같고…『봄날은 간다』속의 여성은 60년대부터 2000년대를 각각 살아온 여성의 현재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같고.
암튼 우리사회는 도시처녀형 여성과 바람형 여성 봄날형 여성이 혼재해서 살고 있다. 그러면서 가치관이 서로 부딪치고,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함께 어울리기 힘들어 하고.
그런 여성밖에는 산업화, 도시화, 정보화, 민주화. 자본, 소비주의, 신자유주의… 등등 남성들이 이끄는 모든 ‘∼화’ 와 ‘∼주의’가 있다.
암튼 영화속 세 여성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느 스펙트럼에 있나 생각해 본다.
9기 마당은 예전의 통일이나 북한문제에 대해서 생각했던 내용들이 참 당위와 관념 수준이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강의다.
당위와 관념이 정서의 수준으로 한차원 더 내려온것 같은 느낌을 강의 내내 받았다. 『도시처녀 시집와요』도 보고, 『불가사리』도 보고, 노래도 듣고, 만화도 보고….
황석영의 ‘사람이 살고 있었네’란 말이 떠오른다. 그래 이런 사람들이 살고 있었구나. 이런 정서를 가진… 예전에 잃어버린, 지금은 퇴색한 듯한 느낌의 정서들. 그렇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10-20년만 뒤로 가면 우리에게도 익숙했던 정서들. 지금은 어떻게 또 바뀌어 가고 있을지….
암튼 쓰다 보니 글이 넘 길어졌다. 금요일 저녁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