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양심은 당신의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소"
이스라엘의 양심적병역거부자 – 제작 : 참세상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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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깃발을 한손에 들고 이스라엘 탱크에 돌을 던지는 이제 10살이 되었을까 말까한 팔레스타인 소년들, 그리고 M-16소총으로 그 소년들을 쓰러뜨리는 이스라엘 군인들, 2000년 9월 팔레스타인의 제 2차 봉기(인티파다)가 일어난 이후 텔리비젼을 통해서 흔히 보게 되는 광경이다.
우리는 텔리비젼을 통해서 처참한 광경을 보았다. 한 팔레스타인 소년과 그의 아버지가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군이 거리에서 맞선 중간에 끼여 있었다. 그들은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놓여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슴 속에 품어 안고 그 자리를 피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 순간 이스라엘 군의 총탄이 아버지의 등을 명중하고 아버지의 몸은 벽으로 기울었다. 다시 한발의 총탄이 아들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아들 또한 아버지의 품 안에서 그 짧은 생을 마감했다.
우리는 그 광경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피할 수 없다. 운 나쁘게 군인과 시위대 중간에 끼여 있는 아비와 그 자식을 마치 궁지에 몰린 사냥감 마냥 쏘아 죽이는 이스라엘 군인들은 과연 인간의 존엄성을 믿는 사람들일까? 그들을 보면서 우리는 인간의 잔인함에 치를 떨면서 평화가 과연 올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를 느낀다.
그러나 이스라엘 군인 중에서도 돌 던지는 소년들을 향한 지휘관의 발포명령을 거부하는 병사들이 있다. 지난 7월 13일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에서는 양심상 명령에 불복하거나 병역을 거부한 이스라엘인들의 조직인 “병역거부자 연합”이 창립 25주년 행사를 가졌다. 호전적인 샤론 정부가 팔레스타인들의 터전을 쑥밭으로 만들고 팔레스타인지역 전체를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면서, 팔레스타인 지역 내에서 작전을 벌이는 군인들이 지휘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 올 1월 말에는 팔레스타인 예비군 60여명이 팔레스타인 점령지 내에서 민간인 학살 명령을 더이상 수행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 세상에 알려졌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지역을 점령하고 주민들의 터전을 파괴하고 통행을 막고 학살하라는 명령을 더이상 수행할 수 없다. 봉쇄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군의 핍박 속에서 굶어 죽고 있다.”
그전에도 병역 거부는 있었지만 그 선언은 최초로 장교와 예비군, 병사들이 함께 단체로 이스라엘 사회에 양심의 비판을 전한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
“우리는 더이상 사람들을 죽이고, 병원 구급차의 통행을 막고, 그들의 터전을 폐허로 만드는 명령을 수행하지 않을 것이다.”
그 선언문을 쓰고 서명운동을 주도한 예비역 중위 다윗 존쉐인은 이스라엘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선언했다. 이들의 병역 거부 선언에 많은 이스라엘인들은 배신자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양심 대로 행동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두렵지 않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한국보다도 병역 의무가 무거운 나라다. 남자들은 물론 여자들까지 거의 모두가 병역의무를 지고, 제대 후에도 일년에 많게는 세달 동안 예비군으로 실제 작전에 투입된다.
45세가 될 때까지 예비군 동원은 계속된다. 이스라엘 군들은 외출이나 휴가를 갈 때도 항상 군복을 입고 실탄이 장전된 총을 휴대한다. 언제 어디서든지 전투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평화운동 단체인 리미트의 조사에 의하면, 팔레스타인 봉기가 시작된 이후 오백명 이상의 이스라엘 군이 팔레스타인 지역 내에서의 의무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학살과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 공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다수 이스라엘인들이 샤론의 보복공격을 눈 감고 지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스라엘의 무력 공격이 평화를 절대 가져 올 수 없음을 깨달을 때 눈멀었던 이스라엘 사람들도 샤론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대표인 아라파트가 물러나고 ‘민주적인’ 지도자가 들어서지 않으면 평화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은근히 모든 책임을 팔레스타인 측에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군인들이 보여줬듯이 점령자 이스라엘은 이 비극의 중대한 책임자임이 분명하다.
이 분쟁은 언제 끝날 것인가? 아마 그 대답은 팔짱끼고 방관하고 있는 우리들의 선택에 달려 있을 지도 모른다. 당신은 계속 구경만 하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둘을 평화의 길로 나서도록 촉구할 것인가?
이 영상과 글은 참세상방송국 유럽통신원 장광렬님이 보내주셨습니다
2002년 08월 09일 | 14:59:10
참세상방송국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