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마이너리티 기고문
북한난민 문제, 식량난 해결의 근본해법으로 풀어야
유수스님(사단법인 좋은벗들 대표)
지난 해 장길수 가족 사건과 올해 3월 베이징 주재 스페인대사관에 25명의 북한난민의 진입사건을 시작으로 일부 NGO 단체들이 주도한 연이은 "기획망명"은 북한난민 문제를 국제적으로 공론화시켰으며 그 해법을 둘러싸고 국내외적으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획망명 사건이 북한난민들의 존재를 국제사회에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그 자체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소수의 사람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가짜 신분증과 여권을 만드는 등 중국 국내법을 많이 어기게 되고 자금과 인력이 많이 들어간다. 특히 외국 공관으로의 진입이 난민 개인에게는 위험한 선택이 되고 기획망명의 결과 더욱 강화된 색출과 검거로 인해 대다수 난민들의 생활의 불안은 극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난민문제의 성격은 난민문제의 발생원인과 해결방안, 남북한과 중국의 3국간 외교관계, 난민지원을 둘러싼 정부와 민간의 역할 등의 복합적 성격을 갖고 있다. 난민문제의 해결은 일회적이거나 이벤트성으로 풀기에는 오히려 현실적 제약점이 있다.
북한난민 문제의 근본해법은 난민이 발생한 원인 즉, 식량난의 해결에서 찾아야 한다. 북한에 대한 대량의 식량 지원과 의약품, 비료, 농자재 등의 인도적 지원과 경제회복을 위한 지원과 투자에 달려있다. 북한의 경제가 살아나고 사람이 먹고 살 수 있다면 양식을 찾아 중국으로 넘어오는 북한난민은 현격히 줄어들 것이다.
중국 정부가 제 3국 추방형식으로 기획 망명 신청자 대부분의 한국행을 허용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기획망명 이후 특히 가속화되고 있는 북한난민과 이들을 돕는 조선족, NGO 단체활동가들에 대한 대대적인 색출과 검거, 송환작업은 중단해야 한다. 북한동포들에 대한 난민지위인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북한난민에 대해 임시거주를 허용하거나 체류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면 북한난민들이 굳이 외국공관에 들어가는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고 2008년 올림픽을 앞둔 중국으로서도 인권국가라는 국가적인 명분을 얻을 것이다.
한편 북한정부의 입장에서는 식량난의 실태를 정확히 알려 국제적 지원을 호소해야 하며 북한으로 돌아가는 동포들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 또한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지원에 나서야 하며 UNHCR은 이제까지의 난민문제에 대한 소극적인 접근에서 정확한 실태파악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한다.
‘조용한 외교’ 정책으로 북한난민문제에 소극적이라 비판받아온 우리 정부가 모든 탈북자들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한국정부는 다양한 외교적인 통로를 통해 국제기구와 중국정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국내적으로도 북한에 대한 ‘퍼주기’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하여 OECD 가입국으로서의 빈곤국에 대한 지원분담금 – GDP의 최소 0.1%를 북한에 지원할 수 있도록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민간단체 또한 북한난민을 구호하기 위한 국민적 관심과 지원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북한난민에 대한 문제는 단기처방이나 일회적 미봉책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우며 남북관계와 국제외교관계가 동시에 다루어져야 한다. 또한 국내적으로도 정부와 민간단체의 협조 속에 전체 난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