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하고 있는 박용훈님
본사로 다시 발령난 지 벌써 한달가량 되었다.
좋은 점은 어머니 얼굴을 아침저녁으로 뵌다는 것,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나쁜 점은 역시 서울은 그리고 특히 사무실은 공기가 좋지 않아서 양평근무로 인한불규칙적인 생활보다도 몸에 더 안 좋다는 것이다. 나 말고도 1000만 이상의 사람들이 이런 생활을 하니 별스러운 것도 아니겠지만…
7월부터 대화마당엘 다시 참여하려고 지난 금요일 저녁 법당을 찾았다. 벽에 줄줄이 붙어있는 포스터들을 보면서 눈에 익은 것과 조금 낯선 것들을 가려본다. 벌써 12번째 마당이 시작되었다. 첫번째 강의는 통일연구원 북한사회 인권센터 소장을 맡고있는 서재진강사. 21세기 북한사회의 변화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였다. 참석자는 분위기 딱 좋은 한 20여명쯤 되었나? 무척 피곤한 날이었는데 눈으로 발제문을 읽고 귀로 강의를 듣다보니 졸지않고 끝낼 수 있었다…
시간은 정말 잠깐이다. 벌써 목요일 한밤중이고 내일은 다시 강의가 있는 날이다. 그리고나면 다시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갈 것이고 다음주에는 이런저런 상반기 자료를 만드느라 바쁘게 보내고 또 금요일이 되겠지.
대화마당의 끝이 조금씩 보이면서 청년정토 인터넷공간에 대화마당의 분위기나 내용을 조금씩 전해주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 형태로라도 공유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생각인데도 이제까지 그렇게 해보지 못했다. 물론 나머지 전 강의를 다 듣지도 못 할 것이고 또 들은 강의를 다 옮기지 못 할지도 모르고 옮긴다고 하여도 제대로 옮기는 것은 더욱 거리먼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렇지만 시간은 그럭저럭 흘러서 벌써 목요일 밤이다. 졸린 눈을 달래느라 음악cd를 틀고 귀에 헤드폰을 꽂으니 조금 낫기는 한데 멜로디때문인지 집중이 안된다. 발제문을 놓고 정리를 해서 글을 올려야되는데…TV에서는 MBC 100분토론이 시작되었다. 서해교전이 주제이다. MBC 프로그램의 질이 전보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요즘 든다. 나만 드는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공존의 통일을 위하여 우리는 북한의 점진적인 개혁개방, 경제력 향상, 북한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등을 염두에 두어왔다. 서강사의 발제문을 읽다보면 북한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처지에 처해있음을 짐작하게된다. 북한주민들이 받는 물질적 인센티브가 없듯 북한정권이 개혁개방으로 눈을 돌릴수 있게 할 만한 인센티브가 전혀 없는 것이다. 믿는 구석이 있어야 뭘 해도 할텐데 믿을 게 없다. 수년간의 먹을 것을 싸놓고 큰소리치고 통제하는 입장도 못되고, 그렇다고 어느나라가 "먹을 것은 떨어지지 않고 지원할 터이니 개혁개방하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개혁개방하려고 하면 그 성과가 인민들에게 돌아와 배곯지 않게 될 때까지 그 긴 시간을 인민들이 기다려줄것이라는 믿음 또한 있을 리 없을 것이고…아니 그리고 밑천이 있어야 공장도 돌리고 IT산업도 하지……
상생을 한다는 입장에서 역지사지를 한번 생각해본다.
"이렇게 그럭저럭 세월이 지나고 조금씩 만나고 하다보면 얼음장 녹듯이 서로 녹는 것이 있고 저쪽도 조금 살만하게 되면 언젠가 통일도 되겠지…" 하는 것은 헛될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한 것이 아닐까
"북한의 새로운 변화는 김정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 별로 이의달 말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보아도 별 희망이 없다. 그렇지만 한가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김정일과 김정일이후 있을 거라고 가정할 수있는 또 다른 권력간의 공백이다. 그 깊고 깊을 수 있는 공백을 북한이 건너지 못한다면 김정일 이후에 거는 아주 막연한 또 다른 희망도 헛것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칫 민족 모두에게 커다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물론 강사님이 포스트김정일에 희망을 걸기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은 당연히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정일정권 부디 만세하시라"는 뜻은 물론 전혀 아니다. 그렇지만 현실의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가상의 누군가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안이하며 위험하다.
모든 일에 있어서 중용을 지킨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것이다. 그 어떤 것에도 치우치지 않고 민족 모두가 살 수 있는 그 길을 찾아가는 일이 그 누구, 어느 집단에겐들 쉬울 수 있을까? 여러 이유로 북한의 김정일 정권을 설사 천인공노할 대상이라고 규정한다고 하더라도 그는 현실속의 우리 상대이다.
아직도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고 물자를 제공하는 일에 두눈 부릅뜨고 난리를 치는 부류는 많다.
그렇지만 누구도 북한의 주민들을 단지 선의에서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커다란 위험에 직면하게 하지 않고 하루하루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삶이 아닌 삶을 살게 하기를 원한다면 북한정권을 핑계로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을 넘어서 몸으로 막는 비인도적이고 지혜롭지 못한 일은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본다
북한이 근본적으로 개혁개방을 할 의도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개혁개방을 할 처지가 못된다고, 그런 결론이 우리에게도 난다면, 김정일정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민족모두를 위해서 개혁개방의 여건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상호주의가 정치권의 한쪽에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무조건 지원하겠다고 이야기해도 저쪽이 선 뜻 믿기 어려울 판에 상호주의 하자면서 아무것도 없는 저쪽에 개혁개방이 좋다고 하면 뭘 믿고 개혁개방할까?
내가 소화하기 어려운 글을 소개하는 것이 맞지는 않는 것 같지만 가끔 입으로 오물거리는 구절이 있다. 돌아가신 함석헌 선생께서 풀이한 노자의 글인데 풀이한 우리말도 그냥 글자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고 음미할 말인것 같은데 다음과 같다.
모으려 할 때는 반드시 흩으는 법이요, 약하게 만들려 할 때는 반드시 세게 만드는 법이요, 무너뜨리려 할 때는 반드시 일으키는 법이요, 뺏으려 할 때는 반드시 주는 법이니, 이것이 이른바 숨은 밝음이다. 부드러움이 굳음을 이기고, 약한 것이 센 것을 이기나니, 고기가 깊은 소에서 나와서는 안되는 것이요, 나라의 날 선 그릇을 남에게 보일 수 없는 것이니라.
다음부터는 강의분위기나 내용을 전달하는 데 좀 더 간결하면서도 충실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 이야기 말고 말입니다
그렇지만 백번 잘 옮긴 것보다 한 번 와서 제대로 듣는 것이 백배 낫다
– 용훈생각 –
박용훈님은 대화마당 1기부터 꾸준하게 수강하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12기부터 대화마당 강의르르 녹음해서 직접 녹취하여 올려주고 있습니다.